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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트잇 매거진 Ep89, 백진희 페사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사랑하는 브랜드
조회859 등록일2022.05.25


르메르 편


사람들마다 패션을 소비하는 욕구는 다르다.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TPO에 맞는 차림은 예절이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백진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패션을 소비하는 마음은 사뭇 신선하고 영감이 될 만하다. 지난 2월 B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렇게 밝혔다.
“사람들은 패션을 좋아한다고 하면 사치나 허영이 가득한 사람으로 바라봐요. 그림을 살 때는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서, 옷을 산다고 하면 물색없이 돈을 쓴다고 보는 시선이 억울했는데, 언젠가 크리스토프가 한 인터뷰에서 "디자인으로 일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 것을 보고, 제 마음을 알아주는 듯해 울컥했습니다.”
 

▲ 사진 제공= ⓒ 페사드


벡진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뷰티 브랜드 페사드 브랜드 총괄로써 향수의 향을 셀렉하고 향의 이름을 결정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연출과 동시에 제품의 질과 감도를 기획하고 컨펌하는 일들을 한다. 패션 에디터 출신으로 패션에 대한 조예가 깊고 미감에 대한 뛰어난 안목으로 페사드는 런칭 전부터 많은 사람의 이목을 받았다. 그런 그녀가 사랑하는 브랜드가 바로 르메르다. 그 이유를 그녀에게 직접 들어봤다.

Q. 언제부터 르메르를 좋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르메르를 입은 지 10년도 넘은 것 같아요. 르메르 브랜드 라벨이 르메르이기 이전부터 입었으니까요. 그때는 크리스토퍼 르메르라는 네임 라벨을 썼었죠. 그렇기 때문에 르메르의 모든 아이템을 다 입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네요.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르메르라는 브랜드 출시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죠. 그에 대해서 관심을 더 깊게 갖게 된 건 라코스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이후였던 것 같아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브랜드가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해서 당시 젊은 유망주였던 크리스토프 르메르를 발탁했던 건 패션계에서 이슈였거든요.
하지만 르메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어요. 또 한 번의 파격을 선보였죠. 유서 깊고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유명한 에르메스 여성복 디자이너로 입성했죠.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가 더 커졌어요. 장 폴 고티에 컬렉션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심플하지만, 에르메스만의 색감과 소재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담아낸 그의 첫 컬렉션을 보면서 르메르 특유의 우아함을 한껏 느꼈던 것 같아요. 그게 2011 F/W 에르메스 데뷔 컬렉션이었는데, 그때부터 르메르의 진정한 팬이 되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크리스토프 르메르의 에르메스 컬렉션은 2013 F/W 컬렉션이에요.

Q. 평소 가장 즐겨 입으시는 르메르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가장 애정하는 아이템과 손이 자주 많이 가는 아이템은 아무래도 드레스입니다. 르메르에서 나오는 롱 드레스들은 독특한 패턴과 소재 그리고 컬러가 독보적이죠. 일하면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어요. 또 드레스업이 필요한 특별한 자리나 약속이 있을 때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답니다.
르메르 드레스에 볼드한 주얼리 하나만 더해주면 특별한 노출이나 불편한 힐 없이도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게 제가 좋아하는 이유죠. 편안한 플랫슈즈나 플리플랍이 르메르 드레스를 돋보이게 해줄 때도 많아요. 실루엣이 과감하게 드러나지 않는 오버사이즈 드레스로도 관능적이고 우아할 수 있다는 점이 르메르 드레스의 가장 큰 매력 같습니다. 구태여 여성의 몸을 불편하게 만드는 타이트하고 짧은 길이의 치마나 드레스를 선택할 필요가 없죠.

▲ 사진 제공= ⓒ 르메르


Q. 그 외에도 손이 많이 가는 아이템이 있다면요?
드라이 실크 소재의 셔츠와 팬츠도 좋아합니다. 셋업으로 입기도 하고 다른 옷과 스타일링해서 입어요. 날이 쌀쌀해지면 재킷까지 같은 소재로 컬러까지 맞춰서 입어도 이질감 없이 스타일리시할 수 있어요. 이렇게만 스타일링해도 아침마다 “뭘 입어야 하지?” 하는 고민을 많이 덜어줍니다.
요즘같이 날씨가 더워질 때는 이것보다 편한 옷이 없어요. 시원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입고 있어도 구김이 덜 가서 소재와 구김에 예민한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하는 아이템입니다.

Q. 르메르는 매 시즌 비슷한 아이템들이 출시되는데요. 그런데도 르메르가 꾸준히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르메르의 아이템들은 판타지가 아닌 매일매일의 삶에 녹아들어 일상적이고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 편안하게 입으면서도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해서 사랑받는 게 아닐까요? 르메르 브랜드의 철학에는 일상에서 영감을 받고 세월을 타지 않는 실용적이고 모던한 옷을 만들고 싶은 디자이너의 태도가 담겨있어요. 결국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고 라이프웨어를 만들고자 하는 르메르의 가치관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르메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린트란과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파리의 길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동네 카페에서 커피 한잔 여유 있게 마시는 시간이 자신들이 옷을 만드는 동력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삶의 균형이 결국 르메르라는 브랜드예요. 르메르라는 옷을 입으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균형을 되찾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 이유예요. 옷이 우리를 부담스럽게 만들어선 안 돼요. 옷이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야 해요.

▲ 사진 제공= ⓒ 르메르


Q. 디렉터님이 특별히 르메르를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하고 옷을 전공하고 옷을 구매하면서 쇼핑에 실패도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터득한 것도 많아요. 게다가 지금은 옷 한 벌에 어느 정도 규모의 자본과 시간이 투입되고, 어떤 사람들이 제작에 관여하는지 인식하는 패션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더 잘 알죠.
자연스럽게 실패하는 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애쓰게 되더군요. 그러다 보면 소유한 옷이 늘어나기보단 오히려 줄어들어요. 르메르는 우리가 구매한 옷이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품질과 내구성에 대한 고민을 계속한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옷이 르메르죠. 제 옷장에 남겨져서 계속 함께 하게 되는 브랜드가 르메르입니다.

Q. 르메르를 오래도록 잘 입으려면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게 좋을까요?
르메르는 시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추구하는 브랜드가 아니에요. 어쩌면 시즌이 바뀐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시즌마다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브랜드입니다. 그건 반대로 부침이 심한 패션업계에서 아름다움과 창작에 대한 철학을 자신들만의 속도로 가꾸고 있는, 고집스런 브랜드라는 뜻이죠.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옷을 입는 행위가, 본인이 완성하는 스타일이 ‘어떤 것을 읽고 먹을지, 누구에게 투표할지’ 고려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했어요. 내가 누구인지 표현하는 방식이라고요. 그만큼 옷으로 내가 누구인지를 표현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좀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기에 내가 내 스타일을 찾는 것은 중요하죠.
그래서 르메르를 입을 때는 불편하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남들이 다 사는 인기 아이템, 요즘 유행하는 컬러, 연예인 누가 입었다는 품절된 그 제품이 아니라,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템, 내가 필요한 제품, 내가 입었을 때 내가 보기에 더 아름다워 보이는 제품을 고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자면 나를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겠죠. 그리고 입었을 때 불편하지 않은 사이즈를 고르는 것도 르메르다운 선택이에요. 내가 평소에 입던 사이즈보다 큰 사이즈여도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면 알맞은 사이즈라고 할 수 있겠죠?
르메르는 시적인 브랜드예요. 형형색색 컬러에 흰색 한 방울을 살짝 톡 떨어뜨린 컬러들이 많아요. 컬러끼리 믹스 매치해서 입어보는 스타일링도 추천하고 싶어요. 컬러는 다르지만, 소재는 다 같이 맞춰 입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디테일이나 스타일링을 통해서 얼마든지 다른 연출을 할 수 있도록 요소를 넣은 옷들이 많아요. 그런 여러 방법으로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을 구매해서 도전해 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습니다.
 

▲ 사진 제공= ⓒ 르메르


Q. 이렇게 확고한 디렉터님의 스타일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 인물이 있다면?
이 질문을 받고 제 스타일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누구일까, 새삼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건 매거진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패션쇼를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머스트잇 같은 패션 플랫폼이 생겨나기 전이라 TV에서 보지 못하면 매거진을 사서 편집된 이미지를 봤어야 했거든요. 그리고 매거진에서 보여주는 화보나 컬렉션 이미지를 보고 그 시즌의 새로운 옷, 유행하는 스타일, 트렌드를 읽고 호기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그것을 매력적으로 소화한 모델에게 관심을 갖게 됐죠. 팬이 됐어요. 당시 제가 좋아했던 모델은 김민희였습니다. 이후 배우가 됐지만 변함없이 스타일리시해서 계속 좋아했어요.
패션을 전공하고부터는 좋아하는 디자이너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인물을 꼽자면 너무 많네요. 피비 파일로, 가이아 레포시, 사라 린 트란 등이 떠올라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브랜드에 아이덴티티로 풀어내는 것을 동경해서 그 스타일을 더 멋있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저도 페사드라는 브랜드를 통해 제 스타일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풀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제 스타일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을 꼽자면 부모님인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저에게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분들이에요. 저에게 무엇이 가장 잘 어울리고, 옷을 입을 때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셨거든요. 두 분 모두 옷을 좋아하시고 스타일도 좋아요. 패션을, 더 크게는 디자인과 아름다움을 알게 됐으니까 스타일을 넘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들은 부모님이 아닐까 싶어요.
패션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표현하고, 그럼으로써 좀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기에 본인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백진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말처럼 각자 오늘은 옷장 안에 어떤 스타일의, 어떤 브랜드의 아이템이 많은 지, 그리고 나에게 어떤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지 고민해보면 어떨까? 백진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어려서부터 여러 가지 스타일을 시도해보며 스타일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된 것처럼 우리도 조금씩 나만의 스타일을 가지게 된다면 옷장 안 아이템들로 더 다양한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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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l 머스트잇(MUS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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