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무대에 설 때 가장 빛나는 별, 모델 오다윗
조회2,810 등록일2018.05.02



나는 그에게 빚을 졌다. 처음 만난 사람을 마치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편하게 대하는 것도 다소 두서가 없는 말들을 예쁘게 다듬어 정리해주는 것도 무슨 이야기를 하던 눈을 맞추며 집중하는 것도 실은 다 인터뷰어의 몫이다. 그런데 모델 오다윗은 그 역할까지 떠맡았다. 대답을 하고 난 뒤에는 다시 한 번 정리를 해서 들려줬고 인터뷰 내내 끊임없이 맞장구를 치고 추임새를 넣었다. 덕분에 인터뷰어로서 짊어지고 가야할 짐을 하나 덜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마음이 가볍기만 한 건 아니었다. 배려해줬기에 그만큼 그의 말을 더 공들여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이 대신 얹어졌으니까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가진 이야기가 참 많은 사람이었다.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6년 가까운 공백기를 가져야 했고 덕분에 새로운 무대에 다시 적응해야 했다. 자신에게는 지난한 시간이었을 테지만 덕분에 대중들에게 풋풋했던 청춘이 농익어가는 과정을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이 자리를 빌려서 말이다. 

# 프로필
신체 189cm
소속사 에이코닉
경력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 MUNN, NOIRER, RECIENNE, BLANC DE NOIRS 모델 
     서울패션위크 김범, 조동욱, 정지윤, 이정필, 박석훈, 송부영 패션쇼 모델 
     서울패션위크 송지오, 김규식, 신규용, 한현민, 이무열, 박정상, 최정민 패션쇼 모델 
인스타그램 @doqja




▶ 교복을 입던 학생, 어느 날 모델이 되다

 모델로 데뷔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부터 모델을 꿈꾸셨던 건가요?

고3때 삼성동에 있는 양대창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당시 패션 쪽 관계자분들이 자주 오셨어요. 그때는 그 사실을 모르고 교복을 입고 열심히 일만 했는데 (웃음) 어느 날 손님이 모델 할 생각이 없냐며 명함 하나를 주시더라고요. 반신반의 하는 마음에 연락을 드렸는데 일단 수업을 듣고 배우면서 기본기를 닦아보자고 하셨고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데뷔준비를 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기회는 수월하게 잡은 편이지만 배워야 할 게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본 걸음걸이부터 교정을 시작했어요. 원래는 의식을 하지 않고 편하게 걸었는데 그걸 11자 자세를 유지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연습을 꾸준히 했어요. 특히나 제가 여자 모델처럼 워킹하는 버릇이 있어서 많이 혼났어요. 덕분에 피나는 노력을 했죠. 포즈 같은 경우에는 지금도 좀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주어진 콘셉트에 따라 자연스럽게 몸에서 배어나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까지 숙제로 남아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그렇게 노력한 끝에 서게 된 첫 무대를 아직도 기억하시나요?

스무 살에 패션위크로 데뷔를 했는데 그 당시에 섰던 쇼가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브랜드이었어요. 그래서 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처음이다 보니까 너무 떨리는 거예요. 디자이너 선생님이 긴장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는데도 잘 안 되더라고요. 불안한 마음에 걱정이 앞섰는데 무대에 딱 오르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한 몸에 느껴지면서 싹 잊게 되더라고요. 그때 희열이라는 걸 처음 맛본 것 같아요. 

 패션위크를 하는 동안 모델 분들은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장 크게 토로하시더라고요. 다윗씨는 어떤 편이신가요? 

저 같은 경우에는 패션위크 기간에만 몸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일 년 내내 신경을 쓰는 편이예요. 특히 식탐이 많은 편이라 하루에 네 다섯 끼까지도 먹거든요. (웃음) 그래서 먹고 나서는 항상 그만큼의 칼로리를 소모하려고 운동을 열심히 해요. 

 런웨이에 섰을 때 긴장을 너무 해서 객석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시고 오히려 또렷이 보인다는 분들도 계세요. 다윗씨는 어느 쪽에 가까우신가요?

처음 런웨이에 섰을 때는 사람들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긴장이 되다 보니까 카메라만 응시하고 걸었는데 이제는 경력이 좀 쌓여서 그런지 몰라도 조금씩 보여요. 워킹을 하면서 아는 얼굴이 보이면 반갑다는 생각도 들고요.  




 무대에 서다보면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신발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쇼에서 입는 의상은 저에게 맞춰서 준비가 되어있는데 신발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나 제가 발볼이 좁은 편이라 휴지를 넣거나 힘을 줘도 신발이 클 때가 많아서 워킹을 할 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예요. 처음에는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지만 자주 겪다보니 노하우가 생겼어요. (웃음) 

 모델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다른데 자신은 어떤 느낌의 모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모델은 어떤 콘셉트의 의상이 주어지더라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예요. 그래서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유지하거나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주어지는 대로 다 소화를 하려고 노력하려고 해요. 한 번은 젠더리스 콘셉트의 의상이 주어졌는데 그런 느낌을 제 안에서 봐주신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앞으로도 고정된 색깔이나 이미지로 기억되지 않고 어떤 모습이든 끄집어낼 수 있는 모델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예요.

 모델이 다른 직업들과 비교했을 때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일을 하는 모습을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저희 아버지께서는 쇼를 보시고 항상 피드백을 주세요. 칭찬보다는 쓴소리를 많이 해주시는데 그게 오히려 나태해지지 않고 중심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막연하게 꿈을 꾸던 모델이 되고나서 겪은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도 있었을까요? 

처음에는 너무 좋기만 했어요. 그런데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수입이 들쭉날쭉 하다보니까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건 정말 생각지 못했던 점이었거든요. 그래도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패턴을 파악하고 나니까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적응도 많이 된 것 같아요. 




▶ 일반인 오다윗을 내려놓고 무대로 돌아오다

 사실 공백기가 좀 길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다시 모델 일을 하겠다고 결정하시게 된 건가요?

한 5~6년 정도를 쉬었어요. 그동안 군대도 다녀왔고 다른 공부를 하면서 모델이 아닌 일반인 오다윗으로서의 삶을 살았어요. 지금도 그 시간들이 결코 헛되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내내 무대가 그리웠어요. 영영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오게 되었고요. 

 내가 가장 원하던 자리로 다시 돌아왔지만 오래 쉬었던 만큼 심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나이도 좀 더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과거에 매달리면서 괴로워하기 보다는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래서 예전에 활동했던 경력을 앞세우기 보다는 신인의 자세로 임하는 편이예요. 남이나 주변을 의식하기 보다는 제 자신에게만 집중하려고 하죠. 

 혹시 해외에서 활동하실 계획도 가지고 계신가요?

얼마 전에 홍콩을 다녀왔어요. 한 3개월 정도 체류를 하면서 다양한 스케줄을 소화를 했는데 한국과 스타일이 많이 달라서 처음에는 좀 놀랐어요. 정해진 틀이 있기 보다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고 풀어주는 편이라 생각도 많이 해야 했고 다양한 걸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기간 동안 배우고 느낀 게 많아서 모델로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아시아 쪽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이번에는 태국에 가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은 모델테이너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그만큼 모델일과 다른 일을 병행하시는 분들도 많아졌는데 혹시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으실까요?

연기 쪽에 욕심이 있어요. 모델 활동을 하면서 병행하고 싶기도 하고 후에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혼자서 연구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하고 있어요. 일단은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지 최선을 다할 테지만 이중적인 느낌의 배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겉보기에는 차갑지만 속은 뜨거운 캐릭터나 완벽해 보이는데 허술하거나 코믹한 면이 숨어있는 캐릭터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 

 모델 오다윗이 아닌 인간 오다윗은 어떤 사람이라고 주위에서 평가해주시는 편인가요?

저와 친하지 않거나 잘 모르시는 분들은 풍기는 이미지만 보시고는 차가울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성격과는 거리가 멀고요. (웃음) 친구들과 있을 때는 말도 많은 편이고 농담도 많이 하고요. 절 아는 사람은 그런 제 모습을 보고 반전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를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게 주어지는 일에 무조건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시즌이 아닐 때는 틈틈이 영어공부도 하고 포즈연습이나 연기연습을 하면서 내공을 쌓는 시간으로 보내려고 하고요. 모델로서는 후회가 남지 않게 최대한 많은 쇼와 촬영을 통해 뵙고 싶고 또 동시에 연기자로서는 제 이름 석자보다는 역할이나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